경제적 허리를 잃은 대한민국
남자의 힘은 허리에서 나온다고 했다.
한 나라의 힘 역시 그 허리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허리,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그래서 더 심각하다.
부가 부를 낳고 가난이 가난을 낳는 현 대한민국을 진단한다.
한국은행이 1,5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09년 7.69%에서 10.58%로 상승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56%에서 6.80%로 높아졌다. 현 정부의 수출·성장 위주 경제발전정책에 힘입어 대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2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이와 함께 나라 전체의 부도 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2년 이래 최고치인 6.2%를 기록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9달러로 2007년 이후 3년 만에 2만달러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는 ‘그들만의 잔치’였다.
대기업이 몸집을 불리는 동안 중소기업은 총자산증가율이 9.62%에서 8.66%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이 4.84%에서 4.47%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된 후,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공들여 개척한 틈새시장에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자금과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무차별 진출했다.
특히 두부 품목은 고유업종제도 해지 후 CJ, 대상 등 대기업이 나서면서 2006년 188개였던 업체 수가 3년 만에 66개로 줄었다.
뿐만 아니다.
대기업의 동네 상권 진출로 인해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례로 홈플러스나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전국 곳곳에서 입점을 추진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들 수 있다. 지역의 중소 상인들은 일괄구매를 통한 대형마트의 싼 원가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실제 대형마트와 SSM 입점 전후 3년간 인근 중소상인의 월평균 매출액은 28%, 고객은 37% 줄었다. 피해규모는 1조8,495억원으로 분석됐다(민주당 김재균 의원, ‘중소유통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보고서’, 2010.10). 사태가 장기화되면 적지 않은 자영업자가 근처 마트의 비정규직이나 비자발적 백수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대기업이 돈을 벌면 서민들도 잘살게 된다는 낙수효과 논리를 폈지만,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투자하라고 각종 규제 완화와 감세 혜택을 줬지만, 오히려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과 사내하도급을 늘리는 모습이다.
이는 개개인의 소득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가 주로 납부하는 종합소득세 자료(국세청)를 보면 상위 20% 신고자의 1인당 소득액은 1999년 5,829만원에서 2009년 9,020만원으로 54.7% 늘었다.
반면, 하위 20% 신고자의 1인당 소득액은 같은 기간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오히려 53.7% 감소했다.
상류층의 소득이 1.5배 늘어난 데 반해 하류층의 소득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로써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1999년 19.0배에서 2009년 45.4배로 크게 확대됐다.
급여생활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9년 급여생활자 상위 20%의 과세대상근로소득(국세청)은 131조1,651억원으로 전체(315조7,363억원)의 41.5%를 차지했다.
특히 그중 상위 10%의 소득은 82조400억원에 달해 총 급여액의 26.0%를 육박했다.
그러나 하위 20%의 소득은 25조2,242억원으로 전체의 8.0%에 불과했다.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5.2배에 이른다.
소득 양극화는 곧 가계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순자산 5분위에 해당하는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7억4,863만원(중위수 5억2,580만원)으로 하위 20%(평균 158만원, 중위수 642만원)의 474배에 상당했다.
최근에는 식품 물가까지 큰 폭 올라 서민들의 한숨에 신음을 더했다.
다른 것들이야 안 입고 덜 쓴다지만, 먹고 마시는 품목은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소득 하위 20%의 엥겔계수(가계의 총 소비지출액 중 식료품과 비주류음료가 차지하는 비중, 통계청)는 2005년(20.7%) 이후 최대치인 20.5%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는 소득 상위로 갈수록 낮아져 상위 20%의 경우 11.5%에 머물렀다.
또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의 ‘소득계층별 체감물가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저소득층의 체감물가가 고소득층보다 0.91%p 높게 나타나 물가부담에서만큼은 ‘부익빈 빈익부’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사실 현재 겪는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가난의 대물림이다.
모두가 못살던 1970년대 우리의 희망은 교육이었다. 도시락을 쌀 형편이 안 돼 점심시간이면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구멍 난 양말을 신을지라도 학교수업 성실히 듣고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든 대학에 가서 소위 상류층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국민의 80% 이상이 대학에 가는 지금, 개천에서 용이 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교육은 의무일 뿐,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
올 초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지출이 많을수록 아이의 성적이 좋았다.
성적 상위 10%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31만7,000원이었으나 하위 20% 학생은 13만6,000원에 그쳤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그토록 악착같이 붙잡고 있던 교육 사다리가 공중으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빈부격차 확대가 저소득층에게서 희망을 앗아가고, 전 사회를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허리를 세워줄 방법을 찾는 것, 우리 눈앞에 놓인 과제다.
출처:데이터뉴스
남자의 힘은 허리에서 나온다고 했다.
한 나라의 힘 역시 그 허리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허리,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그래서 더 심각하다.
부가 부를 낳고 가난이 가난을 낳는 현 대한민국을 진단한다.
한국은행이 1,5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09년 7.69%에서 10.58%로 상승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56%에서 6.80%로 높아졌다. 현 정부의 수출·성장 위주 경제발전정책에 힘입어 대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2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이와 함께 나라 전체의 부도 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2년 이래 최고치인 6.2%를 기록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9달러로 2007년 이후 3년 만에 2만달러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는 ‘그들만의 잔치’였다.
대기업이 몸집을 불리는 동안 중소기업은 총자산증가율이 9.62%에서 8.66%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이 4.84%에서 4.47%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된 후,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공들여 개척한 틈새시장에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자금과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무차별 진출했다.
특히 두부 품목은 고유업종제도 해지 후 CJ, 대상 등 대기업이 나서면서 2006년 188개였던 업체 수가 3년 만에 66개로 줄었다.
뿐만 아니다.
대기업의 동네 상권 진출로 인해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례로 홈플러스나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전국 곳곳에서 입점을 추진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들 수 있다. 지역의 중소 상인들은 일괄구매를 통한 대형마트의 싼 원가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실제 대형마트와 SSM 입점 전후 3년간 인근 중소상인의 월평균 매출액은 28%, 고객은 37% 줄었다. 피해규모는 1조8,495억원으로 분석됐다(민주당 김재균 의원, ‘중소유통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보고서’, 2010.10). 사태가 장기화되면 적지 않은 자영업자가 근처 마트의 비정규직이나 비자발적 백수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대기업이 돈을 벌면 서민들도 잘살게 된다는 낙수효과 논리를 폈지만,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투자하라고 각종 규제 완화와 감세 혜택을 줬지만, 오히려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과 사내하도급을 늘리는 모습이다.
이는 개개인의 소득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가 주로 납부하는 종합소득세 자료(국세청)를 보면 상위 20% 신고자의 1인당 소득액은 1999년 5,829만원에서 2009년 9,020만원으로 54.7% 늘었다.
반면, 하위 20% 신고자의 1인당 소득액은 같은 기간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오히려 53.7% 감소했다.
상류층의 소득이 1.5배 늘어난 데 반해 하류층의 소득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로써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1999년 19.0배에서 2009년 45.4배로 크게 확대됐다.
급여생활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9년 급여생활자 상위 20%의 과세대상근로소득(국세청)은 131조1,651억원으로 전체(315조7,363억원)의 41.5%를 차지했다.
특히 그중 상위 10%의 소득은 82조400억원에 달해 총 급여액의 26.0%를 육박했다.
그러나 하위 20%의 소득은 25조2,242억원으로 전체의 8.0%에 불과했다.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5.2배에 이른다.
소득 양극화는 곧 가계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순자산 5분위에 해당하는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7억4,863만원(중위수 5억2,580만원)으로 하위 20%(평균 158만원, 중위수 642만원)의 474배에 상당했다.
최근에는 식품 물가까지 큰 폭 올라 서민들의 한숨에 신음을 더했다.
다른 것들이야 안 입고 덜 쓴다지만, 먹고 마시는 품목은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소득 하위 20%의 엥겔계수(가계의 총 소비지출액 중 식료품과 비주류음료가 차지하는 비중, 통계청)는 2005년(20.7%) 이후 최대치인 20.5%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는 소득 상위로 갈수록 낮아져 상위 20%의 경우 11.5%에 머물렀다.
또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의 ‘소득계층별 체감물가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저소득층의 체감물가가 고소득층보다 0.91%p 높게 나타나 물가부담에서만큼은 ‘부익빈 빈익부’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사실 현재 겪는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가난의 대물림이다.
모두가 못살던 1970년대 우리의 희망은 교육이었다. 도시락을 쌀 형편이 안 돼 점심시간이면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구멍 난 양말을 신을지라도 학교수업 성실히 듣고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든 대학에 가서 소위 상류층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국민의 80% 이상이 대학에 가는 지금, 개천에서 용이 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교육은 의무일 뿐,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
올 초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지출이 많을수록 아이의 성적이 좋았다.
성적 상위 10%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31만7,000원이었으나 하위 20% 학생은 13만6,000원에 그쳤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그토록 악착같이 붙잡고 있던 교육 사다리가 공중으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빈부격차 확대가 저소득층에게서 희망을 앗아가고, 전 사회를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허리를 세워줄 방법을 찾는 것, 우리 눈앞에 놓인 과제다.
출처:데이터뉴스